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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발전하는 그레이스-이 부분은 취소선이 그어져있다- 로웬 그레이스에게

형제가 많은 그레이스야.

이대로 보내면 네 동생들이 뜯어볼 것 같아 특별히 이름을 불러봤어. 새 편지지를 쓰기엔 종이가 너무 아깝더라고. 너가 이해해.

저번에 보내준 과자도 잘 먹었어. 그거 말인데, 재료를 구하기 힘들면 그만 보내줘도 돼. 허락해줄게. 다음엔 사과 파이가 먹고 싶었는지만 어쩌겠어. 재료 공급이 어려운걸. 아쉬울 따름이야. 레시피도 잔뜩 찾아놨거든. …물론 어렵지 않다면 나야 환영이고.

사실 매번 내게 과자가 오기만 하니까 아버지가 뭐라도 하나 답례를 보내라 하더라고. 이렇게 체면 차리는 것만 좋아하신다니까. 이해할 수가 없어. 그래서 한참 고민해봤어. 너한테 뭘 주면 좋아할까. 넌 분명 뭐든 좋아한다 하겠지. 그 손수건만 봐도 네게 취향은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으니까. 하여튼 제법 오래 생각을 해봤는데 역시 레시피북만한 게 없더라. 동생이 기뻐하면 너도 좋아할 거 아냐. 내 사심이 없는 건 아니고.

여튼 직접 서점에 가서 고르고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번 방학 역시 집 밖으로 못 나가게 하셔서 아버지께 부탁했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음의 크기가 달라지지 않는다는 건 잘 알고 있지? 널 위한 「초보자도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쿠키 아이싱」과 네 형제에게 줄 「세상 모든 케이크가 이 책에!」 그리고 내가 그동안 모아온 레시피를 보내. 특히 첫 번째 책이 네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바야.

내가 선물이랍시고 포장을 하고 있으니 아버지께서 '너도 참 네 중심으로 군다' 하시더라. 누가 키웠는데 당연히 그러지 않을까 싶어. 물론 나는 머리가 있어서 그 말은 입밖으로 꺼내지 않았지만 말이야. 너도 그렇게 생각할까? 궁금하지만 어쩐지 대답은 듣고 싶지 않네.

서론이 길었는데, 너는 잘 지내고 있어? 요즘 텔레비전을 틀거나 라디오를 들으면 하나같이 무서운 얘기만 하더라고. 아마도 우리가 다른 세계에서 보았던 그 괴물이 나타났기 때문이겠지.

나는 중간에 이사를 한 번 갔어. 나 뿐만 아니라 동네 전체가 그런 듯 해. 애매하게 아는 건 그 이후로 다들 연락이 끊겼기 때문이야. 그러다보니 너네가 생각나더라고. 몸 성히 잘 있는지 모르겠다. 이 여름이 끝났을 때 무사한 모습으로 기차역에서 만나면 좋겠을 따름이야.

그럼 새 주소를 보내며 이만 줄일게.

1995년, 늦은 밤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메이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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