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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ㅡ1996

  • 신문에서 봤을 수도 있겠지만, 얼마 전에 플리모스에서 괴물이 나타났지(그곳은 데본포트와 같은 지역이라네.). 그래서 쓰고 있던 편지를 미루는 수밖에 없었다네. 사과하도록 하겠네. 그것이 처음 나타났을 땐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네. 나 역시 마찬가치였지. 그것의 존재는 결국, 우리가 겪은 시간이 어떤 형태로든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었으니까. 지금은 많은 것이 정상으로 돌아왔다네. 부서졌던 건물들은 확실하게 치워지거나, 이리저리 기워서 다시 기능을 하기 시작했고, 닫았던 가게들은 다시 손님을 받기 시작했네. 아이들은 다시 거리를 걷고 학교를 간다네. 어머니의 병원은 감당이 안 될 정도로 바쁜 상태에서는 벗어났어. 하지만 돌아오지 않은 것들도 있지. 조금 더 안전한 곳을 찾아서 떠난 사람들이나, 인..
  • 1995년, 농장을 떠나 국립공원에 있는 아버지의 거처에서 지내게 됨.

    ㅡ1995

  • 마찬가지로 그립지는 않은 메이어. 그런 인사말로 시작하면서 안녕하다는 대답을 듣고 싶은 거예요? 조금은 아쉽다고 했으니 넘어가는 줄 아세요. 답장도 당신이 써달라고 해서 쓰는 게 아니고요! 그리고 안경은 쓰고 다녀요. 그랬다가 앞이 더 안 보이게 되면 어떡하려고 그래요? 원래 안경은 소모품이니, 망가진다면 다시 맞춰야 하는 거고요. 기숙사에서도 좀 쓰고 다녀요. 안경 쓴 모습이 어땠는지 떠오르지도 않아요. 메이어, 당신 밖으로는 아예 못 나가는 거예요? 그렇다고는 어느정도 짐작했지만, 생각보다 더 엄한 집안이군요? 전 나갈 수는 있지만... 그래봤자 농장의 끝이 다이긴 해요. 외딴 곳에 홀로 있는 곳이니, 차가 없으면 어딜 나가지도 못한다고요. 데려다 달라고 하면 그러긴 하지만... 가끔 심심하긴 해요...

    ㅡ1994

  • 제법 보고픈 모건에게 이 난리통에도 네가 잘 지내고 있길 바라. 쉘터의 완공이 더딘 건지, 제 속도로 이뤄지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 마음이 급하다는 사실은 요즘 자주 깨닫게 되는 것 같아. 아버지가 일을 하던 중 괴물을 마주쳐서 병동 신세를 지게 되셨거든. 첫째는 마법부의 무슨 부서를 들어갔는데, 인력 부족 문제로 집에 들어오지를 못해. 그래서 내 하루는 거의 병동에 있는 아버지를 간호하는데 시간을 써. 덕분에 연례행사인 외출금지가 풀리게 되었지. 이렇게 고요한 여름방학은 처음 맞아봐. 이 편이 몸과 마음이 더 편하다고 하면 나는 못된 사람인걸까? 아버지는 영영 일어나실 수 없게 되었고, 가끔 보는 첫째는 목이 탄지 물을 계속 마셔. 나랑 마주칠 때마다 난리가 나긴 하는데…. 그런 상황에 몸은 힘들..

    1996,

  • 점점 발전하는 그레이스-이 부분은 취소선이 그어져있다- 로웬 그레이스에게 형제가 많은 그레이스야. 이대로 보내면 네 동생들이 뜯어볼 것 같아 특별히 이름을 불러봤어. 새 편지지를 쓰기엔 종이가 너무 아깝더라고. 너가 이해해. 저번에 보내준 과자도 잘 먹었어. 그거 말인데, 재료를 구하기 힘들면 그만 보내줘도 돼. 허락해줄게. 다음엔 사과 파이가 먹고 싶었는지만 어쩌겠어. 재료 공급이 어려운걸. 아쉬울 따름이야. 레시피도 잔뜩 찾아놨거든. …물론 어렵지 않다면 나야 환영이고. 사실 매번 내게 과자가 오기만 하니까 아버지가 뭐라도 하나 답례를 보내라 하더라고. 이렇게 체면 차리는 것만 좋아하신다니까. 이해할 수가 없어. 그래서 한참 고민해봤어. 너한테 뭘 주면 좋아할까. 넌 분명 뭐든 좋아한다 하겠지. 그 ..

    19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