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A

 

마찬가지로 그립지는 않은 메이어.

그런 인사말로 시작하면서 안녕하다는 대답을 듣고 싶은 거예요?
조금은 아쉽다고 했으니 넘어가는 줄 아세요. 답장도 당신이 써달라고 해서 쓰는 게 아니고요!
그리고 안경은 쓰고 다녀요. 그랬다가 앞이 더 안 보이게 되면 어떡하려고 그래요? 원래 안경은 소모품이니, 망가진다면 다시 맞춰야 하는 거고요. 기숙사에서도 좀 쓰고 다녀요. 안경 쓴 모습이 어땠는지 떠오르지도 않아요.

메이어, 당신 밖으로는 아예 못 나가는 거예요? 그렇다고는 어느정도 짐작했지만, 생각보다 더 엄한 집안이군요? 전 나갈 수는 있지만... 그래봤자 농장의 끝이 다이긴 해요. 외딴 곳에 홀로 있는 곳이니, 차가 없으면 어딜 나가지도 못한다고요. 데려다 달라고 하면 그러긴 하지만... 가끔 심심하긴 해요. 그러니, 이 답장도 꼭 하세요. 제가 심심하니까요.
지금은 맘 편히 돌아다니지 못한다는 게 아쉽지만, 학교에 돌아가면 금서구역이나 다시 제대로 뒤져보는 걸로 하죠. 찾을 게 많아요. 이 세계를 구할 방법이라던가. ... 어쨌든, 많은 것들이요. 

당신, 정말 심심한가보군요? 제 걱정을 다 하고. 목마름이 지속된다고 불편함이 큰 건 아니니, 걱정말도록 해요. 그리고 곧장 모래로 변할 것 같지도 않으니까요. 전 언제나 단단하고, 흩어지지 않고, 제 자리에 서있는 "사람"이니까요.
웃겨요. 고민하고 있다는 게 맘에 걸린다는 거잖아요. 좀 솔직해져보는 건 어때요? 뭐, 저도 마찬가지로 하기 싫고, 부담스럽고, 자신 없긴 하지만... 해야하는 거라면 해야겠죠. 일단, 지금은 그런 생각이에요.
이제 내년이면 시험도 쳐야하니... 공부를 하다보면 그런 생각이 사라질지도 모르지만요.

어쨌든, 편지 보내줘서 고마워요. 제 건강은 걱정말고, 당신 건강부터 챙기도록 해요. 
제 부엉이는 지렁이를 가장 좋아하니, 실하고 잘 움직이는 것들로 먹여주고요.

그럼 나중에 학교에서 봐요.

양들과 함께 누워있는 포피 드림.

p.s. 저희 집 복숭아 맛있어요. 먹고 후기 알려주세요.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친애하는 노엘 메이어,  (0) 2024.06.15
ㅡ1995  (0) 2024.06.15
1996,  (0) 2024.06.12
1995,  (0) 2024.06.12
1994,  (0) 2024.06.12